공식 소설 '유성에게 빌다' 제1회
아이돌리쉬 세븐
유성에게 빌다 제1회
원작 : 반다이남코 온라인
캐릭터 원안 : 타네무라 아리나
소설 : 츠시미 분타
(C) 아이돌리쉬 세븐
맑게 갠 가을 밤하늘 아래, 면학의 장소인 명문 대학의 부지는, 마치 명절이라도 되는 양 활기가 넘쳤다.
1년에 한 번 있는 대학 축제다. 수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부지 중앙에는 본격적으로 설치된 무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축제의 메인이벤트인 게스트 라이브가 열릴 예정이다. 관객석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떠들썩했고, 다들 웃음 지으며 같은 전단을 손에 들고 있다.
<'IDOLiSH7' 슈퍼 라이브>라고 쓰여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전단이었다.
"'IDOLiSH7' 라이브 기대된다! 설마 우리 학교 축제에 와줄 줄이야!"
"팬 애들도 와 있는 모양이야. 아까 이야기 나눈 사람은, 무려 오사카에서 왔대!"
"굉장하다! 잘 몰랐는데, 그만큼 열성적인 팬이 있는 거 보니 좋은 그룹인가 보네."
개막 시각이 다가옴에 따라, 객석에서는 점점 기대가 부풀어올랐다. 히트 중인 아이돌 그룹, 'IDOLiSH7'은 대체 어떤 그룹인가 하고.
'IDOLiSH7'의 라이브 고지는 전단뿐만이 아니었다. 포스터도 대학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고,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대학까지 오는 길에도 이곳저곳 게시되어 있다. 주최 측의 열의와 방문객들의 기대가 엿보였다.
그런데, 포스터에서 기운차게 웃고 있는 젊은이들의 숫자는 7명이다.
하지만, 개막 직전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이돌은 5명밖에 없었다.
"큰일이라고, 이제 시간 다 됐는데……."
'IDOLiSH7'의 리더, 니카이도 야마토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 무대 의상을 몸에 걸치면서, 손목시계와 객석을 바쁘게 번갈아 확인하고 있다.
"매니저, 연락은 됐어?"
평소에는 온화한 멤버인 오오사카 소고도, 조마조마해 하며 불안을 내보이고 있다. 매니저라고 불린 젊은 여성, 타카나시 츠무기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몇 번이고 연락하고 있습니다만……."
"어디 간 거야, 그 둘!"
머리를 감싸 쥐며, 'IDOLiSH7'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이즈미 미츠키가 외쳤다.
'IDOLiSH7'은 7명의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그러나 그중 2명이 라이브 전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바로 포스터 중앙에서 웃고 있는 두 사람――
센터인 나나세 리쿠와, 가장 나이가 어린 이즈미 이오리가 이곳에 없다.
객석의 여성에게 슬쩍 윙크를 날리며, 'IDOLiSH7'에서 가장 수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로쿠야 나기는 떠듬떠듬한 일본어로 말했다.
"돈 워리. 리쿠, 이오리, 분명히 제시간에 올 검뉘다."
"과연 그럴까~?"
느긋한 말투로 부정한 것은 요츠바 타마키였다. 박력 있는 댄스 퍼포먼스로 정평이 있는 근육질의 신체를 벽에 기대고 있다.
"릿쿵하고 이오링, 아침부터 싸웠잖아. 뭔가 트러블 있었을지두."
불길한 예감이 솟아올라, 모두 입을 다물었다.
연결되지 않는 핸드폰을 쥐며, 매니저 츠무기는 우울한 얼굴을 했다. 포스터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말을 건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거예요. 리쿠 씨……. 이오리 씨……."
포스터에서 웃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몇 주일 전이었다.
대학 축제 라이브 날이 다가와, 츠무기는 회의를 위해 대학으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매니저인 그녀 혼자 갈 일이지만, 어쩌다 스케줄이 비어 있던 나나세 리쿠와 이즈미 이오리가 동행해주기로 했다.
'IDOLiSH7'은 츠무기의 부친이 경영하는 연예 사무소, 타카나시 프로덕션의 첫 아이돌 그룹이다. 결성 당시부터, 츠무기는 그들의 매니저였다.
지금이야 'IDOLiSH7'은 팬도 늘었고, 조금씩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처음에는 당연하게도 무명 아이돌이었다. 9명밖에 없는 관객 앞에서 라이브를 했던 적도 있고, 갓 만들어진 의상을 흠뻑 적시며 폭풍우 속에서 계속 노래 부른 적도 있다.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다른 연예 사무소와 말썽을 일으켜, 사과하러 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의 절실한 노력이 열매를 맺어, 겨우 그들의 실력이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 집결하여 빛나는 아이돌 그룹 'IDOLiSH7'.
그중에서도 리쿠와 이오리는 그룹의 핵심이라고 츠무기는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은 가본 적이 없어서 긴장되네."
소박하게 미소 짓는 리쿠는, 압도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다. 본인은 야심이나 자기주장하고는 연이 먼 소극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다른 멤버들은 만장일치로 그를 센터로 밀었다. 스타의 자질을 그에게서 찾아낸 것이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는 리쿠를, 연하인 이오리가 주의시켰다.
"나나세 씨. 당신은 이제 18살이고 사회인이지 않습니까. 그에 맞는 침착함을 보여주실 순 없나요?"
차디찬 목소리에, 리쿠는 발끈하여 미간을 찌푸렸다.
"뭔데. 복도도 뛰지 않았고, 큰 소리로 떠들지도 않았어. 최고로 침착하잖아."
"훌륭한 매너네요. 제가 초등학교 교사면 생활기록부에 참 잘했어요 찍어 드릴게요."
"에헤헤, 그치?"
"칭찬한 거 아니거든요. 비꼰 겁니다."
이오리는 최연소 멤버면서도, 보기 드문 분석력과 기획력으로, 'IDOLiSH7'의 매니지먼트에 협력해주고 있다. 이것은 이오리와 츠무기만의 비밀이다. 최연소인 이오리가 이래저래 방침을 정하면, 다른 멤버들이 기분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는 이유에서.
이 대학의 학교 축제에 영업을 해보자, 라고 권한 것도 이오리였다.
츠무기는 이전에 이오리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노인정에 당일치기 온천? 매니저, 저희가 트로트 가수입니까? 왜 여기에 영업하신 거죠?"
"호, 홈페이지에 출연하고 싶은 분 모집이라고 쓰여 있어서, 영업하기 쉬워 보였어요. 그래서……."
"당신이 일하기 쉽고 어렵고는 관계없습니다. 저희를 요구하는 층에게, 저희의 가치를 전하는 것. 그것이 영업입니다."
"네!"
고등학생인 이오리의 설교를, 츠무기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노인분들도 소중한 팬층이긴 합니다만, 우선은 젊은 세대에게 지명도를 넓혀가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모이는 곳에서 라이브를 하기로 하죠. 해당하는 장소는?"
"으음, 패스트푸드점……?"
"패스트푸드점에 커넥션 있으세요?"
"없어요……"
"더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 있잖습니까. 당신도 얼마 전까지 다니던 곳입니다. 저는 아직 다니고 있습니다."
거의 정답에 가까운 힌트를 낸 순간, 츠무기는 기쁜 듯 손바닥을 마주치며 눈을 반짝였다.
"학교예요! 교내 방송으로 노래를 부르는 거군요!"
"학교 축제에 게스트 출연을 하는 겁니다."
대학 정문을 지나가며, 츠무기는 이오리에게 들은 설명을 그대로 리쿠에게 이야기했다.
"팔리고 있는 아이돌이 활약할 수 있는 장소, 그건 학교 축제예요. 쇼핑몰 영업이나 노인정, 온천 시설에서 하는 영업도 기회긴 하지만, 'IDOLiSH7'의 팬층인 10대, 20대가 모이는 학교 축제를 메인으로 활동해나가려고 해요."
"과연, 매니저. 이것저것 생각해주는구나."
자기 혼자 세운 계획일 거라고 의심도 하지 않는 리쿠에게, 츠무기는 죄악감을 느끼며 웃는 얼굴을 굳혔다. 이오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학제실이라고 부르는 방으로 안내받았다. 맞이해준 것은, 쾌활해 보이는 미인 학교 축제 실행위원장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실행위원장인 사사키 요코입니다. 와아, 리쿠 씨랑 이오리도 와주셨군요!"
위원회 여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그녀는 감격해주었다. 신나서 떠드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츠무기는 기뻐졌다. 츠무기에게 있어서, 'IDOLiSH7'이 사랑받는 것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다.
위원장인 요코는, 흘끗 리쿠를 보며 뺨을 붉혔다.
"인터넷에서 폭풍우 속 역 앞 라이브 하시는 동영상을 봤어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우울했었는데, 퍼붓는 빗속에서 온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 리쿠 씨를 보고, 저도 힘내자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셨군요. 기쁘네요."
"그 날부터 쭈욱, 리쿠 씨의 팬이에요."
스트레이트로 고백받고, 리쿠는 얼굴을 붉혔다. 아이돌 그룹의 센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순진한 반응에, 여학생들은 더더욱 환성을 질렀다.
"꺄아, 말해버렸어!"
"요코, 봐봐, 악수해달라고 말해!"
"안돼 안돼! 죄송해요, 들떠서. 일 때문에 와주신 건데."
리쿠는 뺨의 열기를 느끼며,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였다. 기쁨을 곱씹으며, 더듬더듬 지금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아뇨……. 저기, 굉장히, 기뻐요. 좋아한다고 해주셔서, 기운 났다고 해주셔서……. 저기, 저 같은 거로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도 응원……"
"프러포즈 받은 것처럼 들뜨지 마시죠."
이오리가 어이없어하자, 리쿠는 더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게 아니잖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은 것뿐인데……."
웃음소리와 함께 공기가 부드러워져 간다. 좋은 분위기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겠다고 츠무기가 안심한 그때였다.
탕, 하고 학제실의 문이 난폭하게 열렸다.
"요코, 왜 전화 안 받냐!"
나타난 것은 키가 큰 청년이었다. 연예인처럼 잘 생긴, 고집 있어 보이는 생김새다. 그의 등 뒤에는 측근들로 보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있었다.
"……그 차림……."
리쿠와 이오리를 놀라게 한 건, 갑작스러운 등장도, 그의 사나운 태도도 아니었다.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안기고 싶은 남자 넘버1 스타, 야오토메 가쿠. 야오토메는 'IDOLiSH7'에게 있어서, 라이벌이며 목표이기도 한 인기 아이돌 그룹 'TRIGGER'의 리더이기도 했다.
나타난 남자는 그 야오토메와, 머리 스타일도 패션도 똑같았던 것이다.
(야오토메다…….)
(야오토메 씨를 의식한 거야…….)
큰소리치며 들어온 남자를, 요코는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아까까지 미소 지으며 리쿠와 이야기하던 그녀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스에히로 선배, 회의 중입니다. 방해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뭐가 회의냐. 축제 게스트 쪽은 나를 내보내라고. 우리 밴드는 연예 사무소에서 스카우트도 할 정도고, 데뷔 직전이야. 팔리지 않는 아이돌 따위 부를 필요는 없다."
스에히로라고 불린 남자는 요코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실내로 들어왔다. 툭, 리쿠를 밀어내며 요코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댄다.
"그런 녀석들보다 내 쪽이 끝내주잖아. 슬슬 튕기지 말고, 나랑 사귀자고."
요코는 딱 잘라 말했다.
"스에히로 선배. 재학생의 무대 이용은 엄정한 추첨으로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신청하지 않았던 선배에게 무대 자리는 없습니다."
"게스트용 자리가 있잖아."
"게스트로는, 'IDOLiSH7' 여러분이 와주실 거예요!"
"뭐야 그 아이 뭐시깽이 세븐인지는. 어차피 껄렁대는 아마추어 집단일 거 아냐?"
껄렁대는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리쿠는 어리둥절하여 눈을 깜빡였고, 이오리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오리는 리쿠가 떠밀렸을 때부터, 스에히로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망설이면서, 츠무기가 요코에게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저분은……."
"연예 사무소 사람이 말을 걸었다면서, 갑자기 밴드를 결성해서 억지로 무대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 있어요……."
"미래의 스타가 출연하는 게 축제도 모양새가 날 거 아니냐. 내가 나오는 쪽이 대학 녀석들도 기뻐할 거다."
스에히로는 등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학제실에 모인 여학생들이 환성을 질렀다.
이마에 힘줄을 올리며 요코는 책상을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뻐하는 건, 선배 측근들뿐이겠죠! 나가주세요. 축제 때는 진정한 스타를 부를 겁니다!"
"진정한 스타? 싼값으로 부를 수 있는, 팔리지 않는 아이돌 주제에. 여자 상대로 교태나 부리며 실실거리는 놈들의 어디가 좋냐?"
"당신이랑 비교하면 돼지가 낫겠죠."
신랄한 이오리의 비아냥에, 실내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뭐야, 이 애새끼!?"
멱살을 잡으려는 기세로 스에히로가 돌아보았다. 이오리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큰소리치지 마시죠. 학교에는 룰이 있지 않습니까. 무려 나나세 씨도 알고 있다구요."
"무려라니, 너 말이다, 이오리……."
"나나세 씨, 이분에게 룰을 가르쳐주시죠."
"응? 으음, 복도에서 뛰지 않는다, 큰 소리로 떠들지 않……"
"시끄러……!"
스에히로의 외침에 대사가 잘리고, 리쿠는 꾹 하고 목덜미를 붙잡혔다.
깜빡깜빡 눈을 떴다가 감으며, 어라, 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도발한 건 이오리인데, 내가 멱살 잡히고 있는 거지……?
한박자 늦은 리쿠에 비해, 이오리와 츠무기의 반응은 신속했다. 이오리는 스에히로의 손목을 잡았고, 츠무기는 꾹꾹 명함을 내밀었다.
"손을 놔주시죠. 교내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싶으신 겁니까."
"저, 저는, 타카나시 프로덕션 소속 연예인인, 'IDOLiSH7'의 매니저, 타카나시 츠무기라고 합니다! 저희 연예인에게 난폭한 짓은 하지 말아 주세요!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방해로 손해배상……,"
"아 따가, 아프잖아, 이 여자! 뭐야, 이거!"
명함으로 쿡쿡 뺨을 찔려, 스에히로는 리쿠에게 손을 뗐다. 가볍게 기침을 하는 리쿠의 등을, 이오리가 걱정되는 듯 쓸었다.
"괜찮으신가요, 나나세 씨."
"응. 있잖아, 왜 내가 멱살 잡힌 거야?"
"……'IDOLiSH7'!? 너희가!"
명함을 바라보던 스에히로가 불쾌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적의를 드러내며, 그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새파랗게 질리면서도 츠무기가 두 사람을 감싸듯이 앞에 섰다. 수리검을 쥔 닌자처럼, 다시 한 번 명함을 여러 장 꺼냈다.
"저희 연예인에게 용건이 있으시다면 저를 통해주세요! 저는, 타카나시 기획……"
"이제 명함은 필요 없어! 흥, 그러냐. 저 녀석들이 네가 부른 아이돌 나부랭이냐."
바보 취급하는 스에히로의 시선에, 요코는 정면에서 반론했다.
"'IDOLiSH7은 최고의 아이돌이에요! 선배가 사귀어달라고 끈질기게 쫓아다녀서 곤란했을 때, 'IDOLiSH7'의 곡으로 기운을 받았다구요. 그러니까, 학교 축제에서 'IDOLiSH7'의 라이브를 해서, 학우 여러분에게도 기운을 주고 싶어요!"
"아이돌 따위, 어차피 립싱크잖아! 네가 들은 곡은 기계가 만든 가짜다!"
"가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이오리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고등학생인데도 차가운 박력을 보이는 그에게, 스에히로도 주춤했다.
"……확인하겠냐고?"
이오리는 스에히로를 바라본 채, 리쿠의 이름을 불렀다.
"나나세 씨."
"응."
"노래해 주세요."
"어!?"
이오리에게는 승기가 있었다. 그만큼, 리쿠의 가창력은 진정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노래할 때마다, 이오리는 기적을 보아왔다. 'IDOLiSH7'의 이름을 모르는 통행인이 리쿠의 목소리를 듣고 발을 멈추고, 돌아보고, 귀를 기울인다. 그런 사람들이 몇 명이고 모여, 음악에 취한 군중이 만들어진다.
(같은 마법을 지금, 여기에 들이밀어 주마.)
사람들의 기대와 호기심 어린 눈초리가, 리쿠 한 사람에게 쏟아진다. 긴장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리쿠도 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러나 리쿠의 목에서 흘러나온 것은, 맥빠지는 동요였다.
"떠……, 떴다, 떴다, 비행기……."
실내는 흥이 깨진 침묵으로 가득 찼다.
순간 정신이 든 것처럼, 요코가 힘껏, 짝짝 박수를 보낸다.
이오리는 아연실색하여 리쿠를 돌아보았다. 압도적인 리쿠의 노랫소리를 듣고, 자신감을 상실한 스에히로가 풀썩 주저앉는다. 그런 광경이 간단하게 그려지건만, 왜, 이 사람은 우물쭈물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지?
"왜 제대로 노래를 안 부르시는 겁니까!? 여러분, 기다려주세요. 다시 한 번 하게 해주세요."
"이, 이제 됐어. 부끄러우니까……."
"남자면 승부할 곳 정도는 좀 알아주시라고요!"
"승부할 곳이라니? 어디?"
"바로 현지점입니다!"
말다툼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스에히로의 비웃음이 지워냈다.
"아하하하하! 애들 장난이로군! 이 정도로 아이돌이 될 수 있다니, 요즘 CG 기술도 대단하구만."
"음성에 CG는 관계없잖아요!"
"요코, 그렇게까지 저 녀석들이 좋다면, 나랑 대결해라."
씨익 웃으며, 스에히로는 요코에게 선언했다.
"저 녀석들이 A스테이지에서 라이브를 하는 시간, 나는 B스테이지에서 라이브를 하겠다. 한 사람이라도 많은 손님이 모인 쪽이 승리다."
"무슨 소리 하시는 거죠? B스테이지는 실내악이나 연극용 대강당입니다. 그 시간은 연극 서클 자리입니다."
"그쪽 부장은 나한테 양보할걸. 너랑 달리 순순하고 귀여운 여자니까."
휙 등을 돌리고, 스에히로는 떠나며 그런 말을 뱉고 간다.
"내가 이기면, 내 애인이 되는 거다, 요코."
난폭하게 문이 닫힌다.
화기애애했던 회의 공기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정말로 죄송해요……. 모처럼 와주셨는데……."
스에히로가 떠난 후, 요코는 계속 죄송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회의 중에도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리쿠에게 계속 사과를 하고 있다.
자신의 노래로 기운이 났다고 말해준 사람이, 침울해진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요코의 사죄를 막으며, 리쿠는 웃었다.
"요코 씨, 이제 사과하지 마세요."
"리쿠 씨……."
"괜찮아요. 축제 라이브, 반드시 성공하게 만들게요. 저희의 힘을 믿어준, 요코 씨나 위원회 여러분들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온 힘을 다해 춤추겠다고 약속할게요."
눈물을 글썽이며 요코는 끄덕였다.
"리쿠 씨, 이오리 씨, 매니저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IDOLiSH7'의 다른 멤버 분들께도 잘 부탁한다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