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믹스

츠시미 분타 선생님의 트위터 SS

아이나나마네쟈 2016. 4. 11. 22:50



아침 기숙사에 모인 IDOLiSH7의 SS를 썼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제1부 전반까지 플레이하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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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라……."


해가 뜨지 않은 주방은 싸늘했다.

전기 포트로 물을 끓이며, 미츠키는 대량의 식자재를 썰고 있었다. 고기 듬뿍, 버섯 듬뿍. 아침식사치고는 과한 양이었다.

탁, 냉장고를 닫는 소리와 거실문을 여는 소리가 겹쳤다.


"좋은 아침입니다. 도울게요."


소고가 잠에서 깨어 내려왔다. 방에서 입는 옷에 앞치마만 걸친 미츠키와 달리, 소고는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기숙사에서 공동으로 쓰는 공간에서도, 소고는 말끔하게 지낸다.

소파 위에 마구 벗어 던진 옷과 잡지를 정리하며 "타마키 군 또 이런다……." 하고 소고는 중얼거렸다. 소고가 주방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아침 인사와 함께 미츠키가 묻는다.


"어젯밤에 가장 늦게까지 일어나 있던 놈 누구야?"

"누구일까요……. 야마토 씨? 타마키 군이려나? 왜 그러시는데요?"

"냉동실 문이 계속 열려 있었어."


입가를 실쭉하며 미츠키가 전한다. 소고는 왜 식자재가 잔뜩 썰려 있는지 깨달았다.


"안에 들어 있던 거, 상했나요?"

"반쯤 해동됐더라. 괜찮을 거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빨랑 먹어치우자."

"……좋은 아침이에요―……."


졸린 목소리를 숨기지도 않고, 느릿느릿 리쿠가 거실로 왔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일이 있기에, 다들 일찍 일어나야 했다. 아직 잠들어 있는 동네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던 리쿠가 퍼뜩 눈을 빛냈다.


"달이다! 아침인데 달이 엄청나게 밝아. 별도 아직 보여!"

"오―. 정말이네."

"아직 바깥은 한밤중이구나."


즐거워 보이는 리쿠의 목소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 아침 해보다 빠르게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의 기분을 밝게 비추었다.

리쿠는 무심코 창문을 열려다가, 목덜미를 붙들렸다.

돌아보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이오리가 있다.


"……기온 차에 약한 주제에, 바깥 기온도 모르면서 창 열지 마시죠."


리쿠는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오리가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졸려서 눈이 안 떠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항상 차가운 인상을 주는 또렷한 눈빛도, 눈부셔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박력이 없다. 그게 재밌어서 리쿠는 웃는다.


"안 멋있는 이오리다."

"대체 뭡니까, 아침부터. 싸움 거는 겁니까……."


발끈하며 이오리도 점차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거실문이 열린다.


"…………."


나기가 아무 말 없이 들어왔다. 졸려 보여 우울한 표정도, 정돈되지 않아 어수선한 머리칼도, 그의 미모를 돋보이게 한다.


(멍하니 있을 때가 제일 잘 생겼네…….)


하고, 이 실내에 있는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기는 소파에 앉더니, 느릿하게 다리를 꼬며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청한다.


"카페오레 한 잔."

"주문 감사합니다. ――감사하겠냐!"


받아줬다 바로 태클을 걸며 미츠키는 주방장갑을 던졌다. 툭, 나기 머리에 맞고 떨어진다.


"여기 니 머슴 없어. 니가 알아서 해."


주방장갑으로 머리를 맞아도 나기는 눈을 뜨지 않았다. 리쿠는 나기 옆에 앉더니, 스마트폰을 바로 쥐었다.

나른한 옆얼굴을 사진에 담고, 미츠키에게 보고한다.


"멋있는 나기 찍었어――"

"오―"


미츠키는 잘했다고 칭찬하는 분위기로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이오리가 의아해했다.


"뭡니까, 그게."

"멋있는 나기 수집. 미츠키랑 하고 있어."


리쿠는 고개를 들고 이오리를 보더니 퍼뜩 웃었다. 의기양양하게 스마트폰을 바로 쥔다.


"이오리도 얼굴 멋있어졌다. 찍어줄게."

"관두세요."


눈썹을 찌푸리며, 이오리는 렌즈를 손으로 덮었다.

아이돌 주제에, 이오리는 아직도 동료들끼리 하는 촬영회를 부끄러워했다. 그 때문에 리쿠의 스마트폰 안에 있는 이오리는 쑥스러워하는 얼굴로만 가득하다.

식자재를 모조리 쓸어담은 수프와 모조리 쓸어담은 오믈렛을 만들며 미츠키가 소고를 돌아본다.


"슬슬 야마토 씨랑 타마키 깨워와."


소고가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다.


"타마키 군은 깨울게요. 야마토 씨는 부탁 드려도 될까요?"

"발차기해서 깨우라니깐. 너 말인데, 머릿속 상하관계에 너무 얽매여 있다고."

"그런 게 아니에요. 깨우려고 해도, 말재주에 농락당해서……."

"농락당해?"

"5분만 있다가 일어나는 게 의의가 있다느니, 깨긴 했는데 명상 중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강요를 못 하겠어요."


미츠키는 재빨리 소고에게 조리기구를 건넸다. 계란프라이용 프라이팬과 국자다.

챙, 하고 진지한 얼굴로 한 번 두드려 소리를 낸다.


"할배 헛소리 상대 안 해도 돼. 소울을 담아서 두들겨대."

"소울……."


소고는 중압감을 느끼며 조리기구를 쥐고 2층으로 향했다.

몇 분 후, 천장에서는 엄청난 금속음과 야마토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엑―. 끔찍한 일을 당했어……."


한쪽 귀를 막으며 머리가 잔뜩 뻗친 야마토가 거실로 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야마토 씨."

"좋은 아침입니다."


잠시 후, 이번에는 금속음과 타마키의 비명이 들려왔다. 야마토는 그걸 무시하고 아침 인사를 돌려준다.


"좋은 아침. 저런 놀이를 소우한테 가르쳐준 건 미츠겠지?"


야마토는 미츠키를 돌아보며 나기의 어깨를 건드렸다. 항상 자기가 다시 잠드는 장소에 나기가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힘을 주자, 나기는 쿵 하고 소파와 테이블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


나기가 외친 건 본인 나라 말이었다.

화들짝 놀라 깜빡깜빡 눈을 떴다 감는 나기 곁에 리쿠가 쭈그려 앉는다. 아까 날아온 주방장갑을 끼고 손인형처럼 움직였다.


"무슨 일이세요!? 경찰입니다만!"

"OH……. 행복한 꿈을 빼앗겼슴뉘다. 범인을 체포해주쉽시오."


나기의 의뢰를 받고 리쿠는 벌떡 일어났다. 소파에서 다시 자려고 하는 야마토의 어깨를, 주방장갑을 낀 손으로 덥석 잡는다.


"체포!"

"……으어……."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쓰며, 야마토는 아련한 눈빛을 보였다.


"아침부터 텐션 높구만―. 이 형아는 방금 일어나서 따라갈 수가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야마토는 리쿠에게 약했다. 리쿠가 놀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걸 알고, 문 쪽을 가리켰다.


"경관님, 내 잠을 깨뜨린 범인이 이제 올 테니까, 그쪽 좀 잡아줘. 이름은 오오사카 소고. 흉기는 프라이팬."

"더 피해자답게 말해주세요!"

"에엥……?"

"우는 느낌으로!"

"으앙―, 으앙―"


청년의 얼빠진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주방에 있던 미츠키가 무심결에 풉 뿜었다.


"아침부터 칼로리 소비 엄청난 요구를 받고 있구만, 아저씨."

"그러게나 말이다……. 아, 아직 달 떠 있네."


렌즈 안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야마토는 중얼거렸다.


"예쁘군."


달은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은 새벽답게 맑고 푸르스름했다. 달밤 같기도 하고, 새벽 같기도 한 빛깔이 곱다.

해 뜰 녘이 머지않았다.


"자, 발밑 조심해. 똑바로 눈 뜨고. 1, 2, 1, 2,……."

"……우―응……. 눈 안 떠져……."


계단 쪽에서 소고와 타마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오리는 접시를 늘어놓으며 눈 감은 채 계단을 내려오다니 재주도 좋다, 하고 동급생을 향해 반 이상 어이없는 심정으로 감탄했다.

문 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리쿠가 소고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보인다.


"소고 씨, 체포!"

"와, 깜짝이야!"

"우어……!"


소고의 손을 붙들고 의지하던 타마키는, 유능한 안내역을 잃고 바닥에 있던 나기에게 걸려 넘어졌다.

엄청나게 몸을 부닥친 나기와 타마키가 주저앉는다. 그러자 금세 주방장갑 경찰이 달려왔다.


"왜 그러세요!? 사고인가요? 사건인가요?"

"타마키의 전방 부주의임뉘다……."

"나깃치가 그런 데 있으니까 그렇지!?"


두 사람의 말다툼을 들으며, 턱을 괴고 야마토가 태평하게 웃는다.


"끔찍한 교통사고네. 합의 안 될 것 같으니 보험 회사를 불러야겠구만."


주방에서는 미츠키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달성감에 넘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 완성이다! 지쳤다!"

"수고하셨습니다. 맛있을 것 같네요."


완전히 잠에서 깬 이오리가 척척 그릇을 내민다. 웃으며 끄덕이던 미츠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멤버들을 향해 몸을 내밀었다.


"맞다. 누구냐, 냉동실 열어놓고 내버려둔 거."


자연스럽게 시선이 타마키에게 쏠렸다.

졸린 듯 무릎을 비비던 타마키가 퍼뜩 분개했다.


"뭐야!? 나 아니라고!"

"미, 미안……."

"저도 모르게……."

"교복도 마구 벗어 던져놓고, 과자 봉지도 안 버렸길래……."

"그건 그랬긴 한데!"


볼을 부풀리던 타마키는 퍼뜩 미츠키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아……. 내 아이스크림은? 무사했어?"

"전멸했어."

"엑―!"


눈을 크게 뜨고 큰소리로 외치는 타마키를, 소고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타마키 군은 먹는 이야기만 나오면 잠에서 빨리 깨는구나. 그렇게나그렇게나그렇게나 말로 해도 눈을 안 뜨더니."

"소쨩, 내 아이스크림이 죽었어!"

"그러게. 다른 것도 녹아버려서 난리였어. 미츠키 씨가 전부 아침 식사로 만들어주셨어."


타마키는 입가를 삐죽거리며 리쿠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112에 신고라도 하듯이, 주방장갑을 입에 대고 호소한다.


"경관님, 내 아이스크림 녹게 한 녀석한테 변상하라 그래!"

"범인 모른단 말야!"

"포기가 빠른 경관이군요……."


이오리가 테이블로 접시를 옮기며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경찰에게 질린 기색을 보였다.

리쿠는 발끈해서 이오리를 돌아본다.


"타마키 아이스크림이 녹았다는 건, 내 아이스크림도 녹았다는 거잖아? 모처럼 어젯밤 먹으려고 했는데……. 어라……?"


중얼거리며 리쿠의 말에서 기세가 점점 떨어졌다. 어쩐지 얼굴도 창백하다.

멤버들의 시선이 리쿠에게 집중되었다.


"먹으려고 하다가?"

"먹었어?"

"그게……."


리쿠의 손에서 타마키가 쑥 주방장갑을 벗겨냈다.

자기 손에 끼우더니 주방장갑 경찰을 리쿠 얼굴에 들이댄다.


"어이……. 자백하면 죄가 가벼워진다."


미소를 딱딱하게 굳히며 리쿠는 순순히 고백했다.


"먹으려고 하다가 냉동실 열고, 맞다, 홍차 우릴까 싶어서, 홍차만 방에 들고 갔어요……. 아이스크림 먹은 기억 없네요……."

"너였냐―!"


탕, 하고 커다란 냄비를 미츠키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냄비 안에는 다진 고기부터, 돼지고기며 버섯이며 베이컨이며 우동이며 냉동해둔 게 전부 들어 있다.

팔짱을 끼며 미츠키는 타마키에게 턱으로 신호를 보냈다.


"타마키, 붙들어."

"범인, 체포한다!!"

"끄악……."


타마키에게 붙잡히자 리쿠는 웃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타마키도 웃고 있었다.

소고가 부드럽게, 재밌어하는 두 사람을 주의시켰다.


"그러면 못써. 소란 피우면 안 되지."


타마키는 퍼뜩 놀라더니 미안한 듯 살며시 리쿠에게서 떨어졌다.

리쿠는 훨씬 미안해 보이는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천천히 하늘의 색깔이 하얗게 밝아지기 시작한다.

선명한 빛을 비추던 달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방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져 갈 때, 탁 젓가락을 놓는 소리가 울렸다.

리쿠의 젓가락을 늘어놓으며 이오리는 일부러 그러는 게 뻔히 보이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전했다.


"벌칙으로, 나나세 씨는 잔뜩 드세요. 형이 만든 식사입니다. 보나 마나 맛있을 테니까요."


리쿠는 가만히 이오리를 바라보았다. 둔감한 리쿠라도 알 수 있었다.

이오리는 리쿠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얼버무려준 것이다.

밝아진 하늘이 이오리의 머리칼에 빛을 비추었다. 이제 곧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하고, 아침 해가 솟아오를 것이다.

이오리의 옆모습을 향해 리쿠는 미소 지었다.


"고마워."


방 안의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다들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태연한 척하면서, 이오리는 슬며시 웃고 있는 리쿠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리쿠는 무척 능숙하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기쁨이나 감사가 순수하게 전해져서, 보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 절로 풀린다.

고맙다는 말을 할 기회가 많을수록, 사람은 봉사나 애정에 익숙해지고 만다. 어느샌가, 고맙다는 말도 그저 빈말이 되는 법이다.

그러나 리쿠는 매번 고맙다고 전하는 상대에게 신선한 기쁨과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를 구해낸 히어로라도 된 것처럼.

새까만 하늘에서 밝은 달을 찾아낸 것처럼. 좋은 일을 한 자신이 조금이나마 좋아지는, 그런 마법을 안겨준다.


"그럼 아이스크림은 이 형아가 쏘마."

"앗싸!"


야마토의 말에 타마키가 환성을 지른다. 덩달아 리쿠도 웃어서, 이오리는 안심했다.

팔을 걷어붙이며 미츠키가 냄비에 국자를 넣는다.


"기합 넣고 팍팍 먹어. 고기가 많아서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깔끔하게 소금 간 했으니까."

"OH! 오믈렛도 푸짐함뉘다."

"타바스코가 좀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맛은 봤는데 맛있었어."


젓가락과 접시를 돌리며, 모두의 식사 준비가 끝났다.

불의의 사고가 낳은 색다른 냄비가 내뿜는 김 저편으로, 아침 해와 소중한 사람들의 미소가 보인다.

두 손을 모으고, 예의 바르게 야마토가 입을 열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 모두의 목소리가 겹친다. 행복은 아마도, 이런 곳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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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여러분이 진짜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는 것처럼 IDOLiSH7과 함께 성공을 기뻐하고, 때로는 가슴 아파하며 지켜봐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음 깊이 감사를 담았으니, 사소한 것입니다만 즐겁게 봐주시면 행복하겠습니다.


전부터 뭔가 해드리고 싶었는데, 글이면 무거워지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만, 일하다가 한숨 돌리며 썼습니다. 또 기회가 있다면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