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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소설 '유성에게 빌다' 최종회

아이나나마네쟈 2015. 10. 24. 01:52

* 소설판이 책으로 나올 예정이므로, 인터넷 상의 게시를 공식이 내리게 되면 해당 번역들도 내리겠습니다.


아이돌리쉬 세븐

유성에게 빌다 최종회


원작 :  반다이남코 온라인

캐릭터 원안 : 타네무라 아리나

소설 : 츠시미 분타

(C) 아이돌리쉬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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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에서 반향을 느낀 이오리는 그날밤 굉장히 기분좋은 상태였다. 상쾌한 마음으로 기숙사 욕실을 나서려다, 딱 하고 형 미츠키와 마주쳤다.


"어, 이오리."

"지금부터 들어가세요?"


형제라곤 해도 맨몸으로 마주하는 건 부끄러워 이오리는 허둥지둥 나가려 했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는 이오리를 보며, 마침 떠올랐다는 듯 미츠키가 불러세웠다.


"맞아. 내일 말인데. 너, 리쿠한테 너무 압박 주지 마."


셔츠를 걸치는 손을 멈추고, 이오리는 형을 돌아보았다.

양말을 당겨 벗으며, 미츠키는 가볍게 설교하는 얼굴을 한다.


"리쿠는 지병이 있으니까. 틀리지 말라거나 제대로 부르라는 소리 하면 스트레스가 되잖아. 오늘 같은 상태면 분명히 문제 없을 테니까, 이오리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 알겠습니다."

"좋아. 내일 힘내자!"


하이파이브를 하곤 미츠키는 웃으며 욕실 안으로 사라져 간다.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그대로 둔 채, 이오리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리쿠의 실력을 세상에 보여주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이오리는 당혹스러움과 허탈감을 느꼈다.

모든 일은 그 사람을 위해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리쿠는 자신이 뭔가 말할 때마다 볼을 부풀리거나 입을 삐죽이지 않았던가.


(내가 나나세 씨의 부담이 되고 있나?)


학제실에서도 리쿠는 노래하지 못 했다.


(……그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서 그랬던 건가?)


공허함과 쓸쓸함이 덮쳐와, 이오리는 비틀비틀 옷을 입었다.


"……그런 거 알 게 뭡니까. 그 사람이 위축되는 게 잘못이죠."


작은 목소리로 악담을 뱉는다. 허세는 이오리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기억 속의 리쿠가 실망한 듯 "귀염성 없기는." 하고 중얼거린다.

실제로 리쿠가 나무라기라도 한 것처럼, 따끔 하고 심장이 찔리는 아픔이 돌았다. 머리에 풀썩 수건을 덮고 이오리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귀염성 따위……)


이오리는 총명한 아이였다. 그러나 리쿠를 받쳐줄 방법만은 모른다.

유성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의 노랫소리가 떨어지게 만드는 수많은 별들을 마음 속 깊이 기다리고 있건만.

어쩌면 밤하늘을 심술맞게 가리고 있는 먹구름은 스에히로도, 리쿠의 지병도 아닌, 이오리 본인일지도 모른다.




학교 축제 당일. 목을 따스히 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한 리쿠의 몸상태는 완벽했다.

미소가 밝지 못 한 것은 이오리 상태가 이상한 탓이었다. 항상 중요한 라이브 전에 이오리는 모친이라도 되는 양 잔소리가 심했다.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 압박해오곤 했을 것이다.


"나나세 씨, 실패하시면 안돼요." "흡입기는 잘 챙기셨어요?" "그렇다고 긴장 풀진 마시고요." "가사 실수 하시면 안 됩니다." "그 안무 늦으면 안돼요." "센터라는 자각을 하세요." "모르는 사람 쫓아가지 마시고."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한마디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어쩐지, 기운도 없어보였다.

달에 착륙한 로켓을 본딴 장대한 아치가 걸려 있는 정문에서, 수속을 마치고 팸플릿을 받으며 다른 멤버들과 함께 대학 문을 지나간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흔들리는 길은 방문객들로 시끌벅적했다. 젊은이들이 많지만, 가족 동반이나 노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학생들은 'IDOLiSH7'을 돌아보며 작은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리쿠는 조심조심 이오리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얌전하네. 무슨 일 있었어?"


이오리는 눈을 맞추지 않았다.


"아무 일 없습니다."

"…………. 아, 그러셔……."


거절당한 것 같아 리쿠는 기운이 빠졌다. 뭔가 이오리의 기분을 상하게 할만한 짓을 했었나, 하고 자문자답한다. 한숨을 내쉰 순간 리쿠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뚝뚝함의 상징과도 같은 이오리가 빙긋 미소 지은 것이다.


"몸상태 조심하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리쿠는 식겁했다.

벌렁벌렁 심장이 소리를 낸다. 정말로 나는 무슨 짓을 저질렀었나.


"모……, 몸은 괜찮아. 무슨 일이야, 이오리……."

"무슨 일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다행입니다."

"뭔가 이상해……. 평소대로 말하면 그만이잖아. 정신 차리라거나 실수하지 말라거나 바보냐거나."


이오리는 입을 다물었다.

흘끗 시선을 향해오는 이오리를 보며 리쿠는 몸을 움츠리면서도 안심했다. 분명히 지금부터 이오리다운 잔소리가 시작될 것이다.

말이 심해서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오리의 엄격함이 불쾌하진 않았다. 자신의 역할을 떠올리게 해준다. 필요로 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오리는 다정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아이 참. 나나세 씨에게 과도한 중압을 가할 셈은 없어요. 모쪼록 마음 편히 가지세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저희 여섯 명이 있으니까요."

"…………."


리쿠는 망연자실했다.

밝은 웃음소리가 터지는 길가에서 갈 곳을 잃은 것처럼 멈춰선다. 이오리의 다정한 눈빛을 바라보다가 리쿠는 어찌할 바 모를 불안감을 떠올렸다.

그 눈빛은 텐의 부드러운 거절과 닮아 있었다.

――안돼, 리쿠.


"뭐야, 그게……. 성공시키자고 다들 말했잖아. 나도 힘낼 거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 너무 떠안으실 건 없습니다."

"평소에는 제대로 노래 부르라 그랬잖아. 여섯 명이 있으니까, 그게 뭐? 나도 'IDOLiSH7'이잖아. ……나, 뭐 잘못 했어?"


표정을 흐리는 리쿠를 보며, 이오리의 눈동자에도 당혹감이 떠오른다.

달변가인 이오리가 말을 고르며 침묵하고 있다. 물론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있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겁니다. 목구멍까지 나오려는 말을 삼켜간다.

리쿠에게 있어서 무엇이 무거운 압력이고, 무엇이 과도한 짐인지, 이오리로서는 알 수 없었기에.


"뭐 때문에 화내시는 겁니까. 기분 상하실 것 없습니다."

"――됐어!"


리쿠가 외친 노성에 앞을 걸어가던 타마키는 깜짝 놀라 돌아 보았다.


"싸워?"


옆에 있던 소고도 창백한 얼굴로 리쿠의 곁으로 향했다.


"큰일이야. 리쿠 군한테 스트레스를 주면 안 돼. 나눠서 맡자. 나는 리쿠 군하고 행동할 테니까, 타마키 군은 이오리 군하고 같이 와줘."

"알았어."


짜증 내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리쿠를 붙잡고 소고는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그 옆을 지나치며 타마키는 가볍게 뛰면서 이오리에게 다가갔다.


"이오링, 무슨 일이야. 릿쿵하고 싸웠어?"

"…………."


이오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쿠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오리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지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IDOLiSH7'의 라이브는 18시부터 시작 예정이었다.

실행위원장인 요코와 회의를 끝내자, 'IDOLiSH7'은 대기실 대용인 방으로 안내되었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이끌려 학원제를 돌아보고 싶어하는 멤버들에게 츠무기는 단단히 못을 박으며 허가했다.


"여러분의 전단지나 포스터는 교내에도 잔뜩 붙어 있어요.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트러블이 생기면 저한테 연락해 주시구요."

"만세! 케밥 먹으러 가자."

"팥빙수도."

"저는 미스 콘테스트 여성과 이야기나누고 싶슴뉘다."


미츠키나 타마키나 나기가 기운 차게 떠들어댄다. 츠무기는 미안한 듯, 그룹 내에서는 연장자인 야마토와 소고에게 손짓했다. 츠무기가 뭔가 말하기 전에 두 사람은 짐작하고 끄덕였다.


"알아, 매니저."

"저녀석들 뒤치다꺼리 해주면 되는 거지."

"아하하……. 죄송해요."


쓴웃음을 띠며 츠무기는 고개를 숙인다. 무심코 방 안을 둘러보니, 리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라? 리쿠 씨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좀 쉬고 있겠다고 그랬어. 만전을 기하려고 그런 거 아니려나."

"그렇군요……."


소고의 말에, 츠무기는 애매하게 끄덕였다. 아까 전 회의 중에도, 리쿠는 기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아직 츠무기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그때, 멍하니 창을 바라보던 이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오리 씨. 리쿠 씨 혼자 두면 걱정이니, 어쩌고 계신지 봐주시겠어요."


미간을 찌푸리며, 이오리는 눈을 내리떴다.


"……왜, 제가……"

"지금 자리를 뜰 수가 없어서요. 리쿠 씨, 별로 안 떠드신 거 보니 긴장하셨던 걸지도 몰라요. 어디 가실 예정 없으시면 부탁 드려도 될까요?"

"제가 아닌 게 낫지 않을까요."

"어째서요?"

"싸웠어, 릿쿵하고."


대답한 것은 이오리가 아닌 타마키였다. 츠무기는 눈을 둥글게 뜬 후, 웃으며 이오리의 등을 밀었다.


"그럼 더더욱 부탁 드릴게요. 리쿠 씨를 찾아와주세요."

"잠깐……"

"맡길게요."


츠무기에게 등을 떠밀려 이오리는 강제로 대기실에서 쫓겨났다. 황급히 돌아가려고 했을 때, 여대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고 움직임을 멈췄다.


"저 애, 'IDOLiSH7'의 이오리 군 아냐?"

"가까이서 보니까 사진보다 멋있다! 연하 아닌 거 같지!"


이오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곧 라이브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 앞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건 상책이 아니다.

여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얼굴을 가리며 이오리는 빠른 걸음으로 대기실에서 멀어졌다.




대학의 부지는 넓다. 정문에서 떨어져 한동안 걸으니, 인공 늪이나 숲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축제 때문에 떠들썩한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고, 대신 한가롭게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울린다.

리쿠가 향하고 있던 곳은, 숲 안에 있는 체육 합숙소에 딸린 집회 창고였다.

아까 전, 여대생이 불러 세웠다.


"'IDOLiSH7'의 리쿠 씨죠? 요코가 상담할 일이 있다고, 꼭 리쿠 씨 혼자서 집회 창고로 와주셨으면 한다고 해서요."


팸플릿에 실린 지도에서 눈을 떼고, 리쿠는 숨을 뱉었다. 바빠 보이던 요코의 모습을 떠올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하고만 상담할 일이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좋겠는데……."


석양빛을 받으며 리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커다란 나무 가지 위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문득 세어 보니 여섯 마리였다.

일곱마리보다 적다. 그 사실이 리쿠를 대단히 실망시켰다. 너는 없어도 된다는 소리를 들은 새는, 어디에 있는 걸까.


"……대체 뭐냐고, 이오리 자식……."

"나나세 씨!"


이오리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아, 리쿠는 돌아보았다.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몰아쉬며, 이오리가 눈썹을 치켜올리고 있다. 이번에는 화가 난 모양이다. 아까 전에는 빙글거리더니.


"찾았다구요! 핸드폰도 안 받으시고, 왜 이런 곳에……."


바로 혼이 나자, 리쿠는 미간을 찌푸렸다. 휙 고개를 돌리며 다시 걸어가기 시작한다.


"요코 씨가 불렀어. 따라오지 마. 혼자서 오라고 그랬으니까."

"당신 혼자서?"

"그래."


다다른 커다란 창고에는 <집회용 창고>라는 목제 간판이 붙어 있었다.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리쿠는 문을 열었다.

드르륵 하고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새들이 도망쳐간다.


"잠깐 기다리세요, 나나세 씨.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뭐가? ――요코 씨, 계세요?"


어두운 창고 안에, 리쿠는 사람 그림자를 발견했다. 안심하고 걸어서 다가간다.


"계시는구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 이오리! 너는 나가라니까."

"누구한테 말을 걸고 계시는 겁니까?"

"누구냐니……."


리쿠는 다시 한 번 눈을 의심했다. 사람 그림자로 보인 것은, 더러운 인형이었다. 내용물이 탈피한 목 매단 시체처럼 매달려 있었다.

깜짝 놀란 순간, 등 뒤에서 드르륵 하는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빛이 막히고, 창고가 어둠으로 채워져 간다.


"어……?"


리쿠와 이오리는 동시에 돌아보았다. 움직이는 것은 이오리가 빨랐다. 땅을 박차고 문으로 뛰어들었다.


"열어주세요!"


철컥, 하고 문을 잠그는 금속음이 울린다. 이오리는 문을 두드렸다. 쾅, 하고 큰 소리가 울린다.


"열어주세요! 누가, 누가……!"


쾅, 쾅. 이오리가 두드릴 때마다 창고가 흔들린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고 암흑이 흐려질 기미도 없다. 누군가가 문을 잠그고 도망간 것이다.

아마도 요코가 불렀다는 이야기도 거짓이리라.

리쿠는 그제야, 자신들이 갇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기실 대용 방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리쿠와 이오리를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타코야키를 들며 미츠키가 눈을 깜빡였다.


"아직 안 돌아 온 거야? 그녀석들."

"네, 연락도 안 통해서요……."


걱정되는 듯 츠무기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하고 불안해하면서도 멤버들 앞에서는 미소를 만들어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볼게요. 여러분은 무대 뒤로 이동해서, 의상을 갈아입어 주세요."


그러나 츠무기가 아무리 기다려도 리쿠와 이오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다가와,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무대 뒤로 이동했다. 그 무렵, 두 사람은 암흑 속에 있었다.

저녁 해가 지고 창고 밖도 어둠이 감쌌지만, 그들은 알 길이 없었다. 핸드폰은 전파가 닿지 않았지만, 암흑 속에서 백 라이트로 실내를 비추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수많은 용구의 그림자가 살아 있기라도 한 양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리쿠는 처음에, 바로 누군가가 발견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문을 두드리면 쾅쾅 커다란 소리가 울린다. 빨리 누가 발견해줬으면 하고, 리쿠도 같이 창고를 두드렸다. 주먹을 내리칠 때마다 흙먼지가 날아올라, 창고 안을 가득 채워갔다.

그러나 한동안 게속 두드려도, 아무도 몰라 주었다. 바깥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분한 듯, 이오리는 손을 내렸다.


"……다들, 매점이나 전시가 있는 쪽에 모여 있는 것이겠죠. 축제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여기로는 안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이런 짓을……."

"의심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스에히로 씨겠죠. 저희가 라이브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할 말을 잃고, 리쿠는 닫혀진 문을 바라보았다.

여기에서 나가지 못하면, 라이브를 할 수 없게 된다. 요코나 츠무기에게,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떻게든 해야돼. 누가 눈치채줄 때까지, 문을 두드려서……."


들이켠 리쿠의 호흡 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숨을 쉬기 힘들어, 리쿠는 헉 하고 소매로 입가를 막았다. 리쿠는 호흡기 계열 질환이 있다. 티끌이나 먼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기관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창고 안처럼 더러운 공기는, 리쿠의 병에 큰 적이었다.

반사적으로 이오리를 돌아보았다. 도와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는 것이 무서웠다. 숨겨도 좋은 일이 전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도.

달콤하고, 다정한, 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안돼, 리쿠.

그날, 텐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이오리가 잘라버리는 것이 무서웠다.


"나나세 씨……?"


이상하다는 듯, 이오리가 리쿠의 이름을 불렀다. 깨달았을 때는 라이트를 이쪽으로 비추고 있었다.

숨 쉬기 괴로워 보이는 리쿠의 모습에 이오리가 눈을 크게 떴다.

이오리는 바로 기세좋게 리쿠의 팔을 끌었다.

그의 등에 귀를 대고 쌕쌕거리는 소리를 확인한다. 얼굴을 굳히며 이오리는 재빠르게 미니 타올을 건네 리쿠에게 떠밀었다.


"입가를 막고, 가능한 먼지가 적은 곳에 있어 주세요."

"……윽, 라이브는 할 수 있어……."

"발작 막는 건? 흡입기는 갖고 계세요?"


타올로 입을 가리며, 리쿠는 작게 끄덕였다. 이오리는 안심하여 숨을 내쉬었다. 그것만 있다면 최악의 사태는 회피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리쿠의 증상은 악화될 따름이다.


"문을 두드려서 신호를 계속 보내겠습니다. 나나세 씨 떨어져 있으세요."


필사적으로 공기를 마셔 좁아진 호흡기를 눌러내며, 이오리 말에 리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는 이오리만 계속 힘들게 만든다.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악화되어 가는 몸상태를 자각하고 있었다. 쌕쌕 숨소리가 울리고, 의식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게 되어간다.

쾅, 이오리가 문을 두드린다. 리쿠는 스스로가 한심한 마음에 몸을 웅크렸다. 심해지는 리쿠의 숨소리에, 이오리의 얼굴에 초조함이 드리워진다.


"……누구! 누구 안 계세요!"


무거운 문이, 심장 고동처럼 떨린다.


"아무나 좀……! 구해주세요……!"


리쿠가 괴로운 듯 기침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호흡을 할 수 없는 데다가, 타올로 입을 막고 있다. 평소의 발작보다 괴로운 모양이었다.


"헉……."


견디지 못한 것인지, 타올을 떼고 리쿠가 숨을 들이켰다. 쌕쌕 목이 울린다. 이오리는 문을 두드리는 것을 그만두고,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등을 감싸안으며, 리쿠의 짐을 멋대로 뒤졌다.


"흡입기를 쓰죠."


간신히 숨을 쉬는 것이 전부이기에, 리쿠는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초조함과 불안함을 보이며 이오리는 리쿠의 등을 쓸었다. 숨이 멈춰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오리는 무서워졌다.

리쿠는 이오리와는 다른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큭, ……괜찮으니까……."

"억지로 말씀하지 마세요."

"……노래할 수 있으니까……."


침통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이오리는 리쿠의 입가에 흡입기를 갖다댔다. 작은 분사음이 들리고, 리쿠가 약을 들이켠다.

조금이나마, 리쿠의 호흡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헉……."


암흑 속에서 이오리는 리쿠의 등 셔츠를 쥐었다. 더듬더듬 리쿠도 이오리의 팔을 쥐었다.

아무도 모르는 새벽처럼, 조용한 세계에 두 사람의 숨소리가 울린다.


(이제 끝장이려나…….)


가벼운 절망감과 피로감에 리쿠는 눈을 감았다.

전에, 이오리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 당신은 'IDOLiSH7'의 폭탄이다.

그래도 리쿠는 자신이 있을 곳이 필요했다.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 분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혼자서 텔레비전 속의 텐을 보던 것처럼, 혼자서 텔레비전 속의 'IDOLiSH7'을 보게 되는 것일까.

손이 닿지 않는 별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나세 씨……."


결단을 담은 듯한 이오리의 목소리에 리쿠는 긴장했다. 그 뒤를 듣는 것이 무서워, 팔을 쥔 손에 꽉 하고 힘이 들어간다.

옅은 어둠에 감싸인 이오리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저는…… 당신이 말하는대로 건방지고, 귀염성도 없습니다.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쿠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이오리에게 어색한, 서투른 공기가 전해져온다.

등에 닿은 이오리의 손이 뜨겁다.


"당신에게 있어서는 스트레스나 부담의 부류일지도 모릅니다. 심한 인간이라는 자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합 넣어주세요."


이오리는 도발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리쿠는 눈을 크게 떴다. 등에 닿는 손과 같을 정도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눈시울과 같을 정도로, 이오리의 말은 뜨거웠다.

타오르며 우주를 마구 날아다니는, 유성의 온도다.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여기는 제가 어떻게든 해서 탈출하겠습니다. 나나세 씨도 어떻게든 몸상태를 안정시켜 주세요. 저희랑 같이 노래할 수 있도록."

"……이오리……."


항상 차가운 이오리의 목소리에 정열이 스며들어 있다. 격렬한 말이 리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당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들려주세요. 유성을 떨어지게 해주실 거잖아요?"


그것만 고하고, 이오리는 일어섰다. 적당한 막대기를 쥐고, 쾅쾅 창고 문을 마구 두드린다.


"누구 좀! 누구 좀 들어주세요! 둔해빠진 대학생들만 잔뜩이군요!"


리쿠는 눈물을 흘렸다. 암흑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무릎을 감싸안으며, 이오리의 악담에 어깨를 떨며 살짝 울고 웃는다.

살며시 가슴이 뜨거워져서, 거짓말처럼 괴로운 호흡은 사라져갔다.


(텐 형…….)


행복한 듯 표정을 풀며 기억 속의 형을 암흑 저편으로 밀어냈다.


(함께 노래부를 동료를, 나는 찾아냈어.)


문득 이오리가 손을 멈췄다. 드르륵 무거운 소리가 울리며 창고 문이 열린다.


"대체, 무슨 일이냐?"


문을 열어준 것은 백발의 아저씨였다. 용역원인지 교수인지 정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위기 안 타기로 유명한 'IDOLiSH7'의 이즈미 이오리의 강렬한 포옹을 받은 인물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리라.


"감사합니다, 아저씨. 사랑합니다."

"뭐?"

"감사 인사는 나중에 다시 또. ――가죠, 나나세 씨!"


이오리가 부르자 리쿠는 똑바로 일어섰다. 암흑의 창고에서, 단단한 한 걸음을 내디딘다.


"응!"


그들을 가둬두던 창고 바깥은, 밝은 별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이제 공연 시간……."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린 야마토가 무대에 나가기 위해 손목시계를 풀었다.

'IDOLiSH7'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책임을 지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리쿠와 이오리가 걱정되었지만, 야마토는 의식을 갈아끼우고 멤버들을 둘러 보았다.


"가자."

"하지만 리쿠랑 이오리가……"


미츠키가 흐릿한 얼굴로 야마토를 바라본다. 다섯 명이 아닌, 일곱 명이서. 모두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 그런 마음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모두의 가슴 속에 있었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야말로, 야마토도 깊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금세 올 거야. 그녀석들이 언제 와도 되도록, 무대를 데워두자."


모두가 눈을 맞추고 있는 와중, 츠무기가 결연히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 5분. 아뇨, 1분 기다리죠. 늦춰진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매니저……."

"여러분 일곱 명을 모아서 무대에 세우는 일.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방긋 츠무기가 미소 짓는다. 그때, 나기가 불시에 큰 소리를 냈다.


"……OH! 여러분, 저거 보쉽시오!"


무대 의상을 팔에 걸치며, 두 사람의 그림자가 뛰어 들어온다.

그들이 기다려 마지 않던 리쿠와 이오리의 모습이었다.


"미안! 기다렸지……,"

"리쿠 씨! 이오리 씨!"

"뭐 하고 있었던 거야! 걱정이나 끼치고!"


리쿠와 이오리는 동료들에게 붙들려 마구 부대꼈다. 어깨를 껴안긴 리쿠도, 머리를 마구 헤집히고 있는 이오리도, 숨을 헐떡이면서 만면의 미소를 빛냈다.


"나중에 이야기할게! 이래저래 큰일이었어. 그치, 이오리."


리쿠의 시선을 받고, 이오리는 개운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약간요."


의미심장한 두사람을, 동료들은 다시 한 번 마구 쓰다듬고 부둥켜 안았다.


"이쪽도 조마조마해서 큰일이었다구!"

"맞아맞아. 벌로 나중에 아이스 쏴라."

"나는 푸딩으로 해줘."


불평을 늘어놓으며 두 사람을 찔러대는 동료들에게서도, 채 숨기지 못하는 안도와 환희가 흘러넘친다.

안심하며 츠무기도 표정을 풀었다. 이로써 일곱 명이 모인 'IDOLiSH7'을 무대에 보낼 수 있다. 가장 빛나는 그들을 보여줄 수 있다.

그들을 기다리는 빛나는 무대를 등 뒤에 두고, 츠무기는 기세 좋게 인사했다.

이제야, 이 대사를 말할 수 있다.


"그럼 'IDOLiSH7' 여러분! 스탠바이 부탁 드려요!"




"'IDOLiSH7입니다! 오늘밤은 와주셔서 감사해요!"


라이트로 빛나는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통해 리쿠가 외친다.

호응하는 것처럼 객석에서 기운찬 환성이 솟아올랐다. 끓어오르는 객석 주위를 티켓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사람수는 채 셀 수 없을 정도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이오리는 "거봐요." 하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스텝을 밟으며 여유롭게 객석을 내려다보는 니카이도 야마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ㅡ 다정한 미소를 띠는 오오사카 소고.

앵콜 소리에 맞춰 기쁜 듯 주먹을 휘둘러 올리는 이즈미 미츠키.

아낌없는 미모를 발산하며 로쿠야 나기는 여성 관객에게 윙크를 보낸다.

격렬한 댄스를 선보인 요츠바 타마키는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며 상쾌한 밤바람을 맞고 있다.

무대 옆에서 츠무기는 모두를 다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요코 일행은 가장 앞줄에서 'IDOLiSH7'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 지금쯤, 스에히로는 이를 갈고 있으리라. 어째서 일곱 명이서 춤추게 된 건가 하고.

무대 위에서 스쳐지나가며 리쿠와 이오리는 눈을 맞추고 턴을 돈다.

소리 없이 웃으며 튕기는 스탭. 별하늘에 뻗어 올리는 손바닥.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하늘에 울린다.


"……'IDOLiSH7' 최고……!"


뭐 그렇지, 하는 기분으로 일곱 명이 웃었다.

그들의 손가락 끝 저편, 눈부신 라이트가 새벽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