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믹스

공식 소설 '자청벽력' 제2회

아이나나마네쟈 2015. 11. 27. 18:26


아이돌리쉬 세븐

자청벽력 제2회


원작 :  반다이남코 온라인

캐릭터 원안 : 타네무라 아리나

소설 : 츠시미 분타

(C) 아이돌리쉬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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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ZZO"> 잡지 인터뷰 봤어? 소고가 같이 영화 보러 갔다는 멤버 보나 마나 타마키겠지!"

"타마키가 다른 멤버 방에 자주 자러 간다는데, 보나 마나 소고 방이겠지! 쑥스러워서 그런지 이름은 안 밝혔지만!"


두 사람이 어떤 대답을 해도 어린 여성 팬들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다. MV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적으로도 서로 미소 짓고 서로 장난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혀 아닌데…….)


한숨을 내쉬는 소고는 전철을 타고 있었다. 옆에서 숙면하는 타마키는 묵직하게 소고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씩씩한 숨소리를 내는 그의 민얼굴이 들키지 않도록 소고는 타마키의 모자를 깊숙이 눌러 씌웠다.

타카나시 프로덕션은 작은 사무소이기 때문에, 회사용 차가 한 대밖에 없다. <MEZZO">가 이동할 때는 거의 전철을 이용했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잡지로 얼굴을 숨기며 소고는 기사를 훑기 시작했다.

타마키의 인터뷰였다.


――소고 씨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소고 씨와 함께 외출하고 싶은 곳은?

――소고 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해주세요.


(타마키 군한테도 이런 질문만 잔뜩 오는구나…….)


그들 사이를 오해하는 것은 팬뿐만이 아니었다. 잡지 취재도 전부 사이좋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을 던진다.

소고는 타마키의 대답 중 한 곳에서 눈을 멈췄다. 소고 씨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하는 질문이다.


――꼼꼼하고 성실한 점


(……완전 거짓말.)


미간을 찌푸리며 소고는 자고 있는 타마키를 가볍게 흘겼다. 저 부분은 타마키가 자신을 싫어하는 점이다. 언제나 말하지 않던가. 시끄럽다느니. 앵알앵알거린다느니.

탁 잡지를 덮고 눈을 감는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난 소고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부끄러운 행동을 취하지 말라고 어릴 적부터 엄하게 교육받아왔다. 그런 소고가 보기에 제멋대로 구는 타마키는 그야말로 외계인이다.

결코, 나쁜 아이는 아니다. 근본은 친절하고 다정한 아이다. 소고의 몸 상태가 나쁘면 신경 써주고, 기운 빠진 멤버가 있으면 솔선해서 격려해주기도 하며,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 다만…….


(내가 거북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따끔하고 가슴이 아팠다. 실눈을 뜨고 천진난만하게 잠든 타마키를 훔쳐본다. 어린 티가 남아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기사 내용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들었다. 그와 잘 지내지 못하는 자기 때문에, 솔직한 타마키가 거짓말을 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렇다곤 해도, 사실이 적혀도 곤란하지…….)


어느샌가 피로가 몰려들어 소고도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덜컹덜컹 전철에 흔들리다가 타마키의 모자가 풀썩 떨어진다. 휘청 몸도 기울어 털썩 소고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숙면하던 소고도 한 번 미간을 찌푸릴 뿐, 입을 벌린 채 타마키에게 기대고 있다.

몇 분 후, 푹 잠든 두 사람 주변을 여고생들이 둘러쌌다. 작은 목소리로 까불며, 칠칠하지 못하게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신인 아이돌의 잠든 얼굴을 차례차례 폰카에 담는다.

사진은 인터넷에 업로드되어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이런 코멘트가 붙은 채.


――역시, MEZZO"는 엄청 사이좋다!




옆에서 딱 보기에 트러블 메이커는 타마키일 것이다.

그러나 타마키도 타마키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었다.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그에게 있어 집단행동이라느니 그룹의 책임이라느니 시간 엄수라느니 하는 것은, 그릇 가장자리로 치워둔 완두콩처럼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입에 넣고 싶지 않았다.


"타마키 군, 남김없이 먹기 전에는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 금지예요."


소고를 보면 고아보육시설에 있던 엄한 선생님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 상대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기한테만 눈을 치켜뜨고 혼내기만 하던 선생님.


"친구한테 먹이면 안 돼. 몰래 종이에 싸서 버려도 안 돼. 봐봐, 알겠니? 그건 꼭 타마키 군이 먹어야 하는 거야."


타마키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먹을 수 있는 녀석이 먹으면 되지 않는가.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건, 누가 떨어뜨린 껌이라 해도 알아서 먹을 거다.


"왜 몰라주는 거니?"


이쪽이야말로, 왜 몰라주는 거야?

다정하게 대해주면, 나도 다정하게 대할 텐데.


"……듣고 있어? 타마키 군."

"안 들었어."


기숙사 식당에서 타마키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날 대지각을 저질러, 소고에게 30분 가까이 카랑카랑 설교를 듣던 참이었다.

퉁명스럽게 타마키가 대답하자 소고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지켜보던 멤버들은 얼어붙었다. 우울한 기분으로 턱을 괴며 타마키는 손가락 끝으로 탁자 위의 물방울을 가지고 놀았다.


(빨리 안 끝나려나…….)


혼나면서 타마키는 그것만 바라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도, 소고의 잔소리도, 그를 권태롭게 만들어간다.

타마키는 쭉 홀로 살아왔다. 다정한 어른이 있을 때는 어리광을 부렸지만, 계속 곁에 있어 주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기댈 수 있을 때만 어리광을 부리는 버릇이 들었다.

혼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서 혼이 나면 끝이고, 십 년 후까지 지켜볼 것도 아니지 않은가. 타마키가 노력해서 인정받으려 해봤자, 그때는 곁에 아무도 없다. 그러니 설교를 하면 입을 다물고 시간을 보내면 그만일 따름이다.

타마키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혼자라는 사실에 너무도 길들어 있었던 것이다.


"타마키, 그 태도는 아니지."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한 것은 소고를 형처럼 따르는 리쿠였다. 소고는 바로 엄한 표정을 풀고 리쿠를 향해 미소 지었다.


"괜찮아, 리쿠 군."

"그치만……"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 그 또한 타마키로서는 유쾌하지 않았다.

미간을 찡그리며 다정해 보이는 소고의 얼굴을 흘끔 훔쳐본다.


(뭐야, 릿쿵한테는 다정하게 대하고. 나한텐 화만 내는 주제에. 어차피……)


소쨩은 내가 싫은 거겠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자, 따끔하고 가슴이 아팠다. 점차 쓸쓸한 마음이 퍼져나가서, 눈을 내리떴다. 쓸쓸한 마음이 괴로운 나머지, 타마키가 그 마음을 자각하는 것보다 먼저 툭툭 짜증으로 바뀌어버렸다.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유리창 너머 비가 내리는 하늘이, 파르스름한 섬광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내가 싫으면 다른 놈이랑 듀오 짜면 될 거 아냐."


번개가 치는 실내에서 소고가 눈을 크게 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진지한 소고가 <MEZZO">의 해체를 택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입에 담은 소리다.

임금님처럼 거만하게 몸을 젖히며 높이 다리를 꼬았다. 스타일이 좋은 타마키의 불손한 포즈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위축당한 듯 소고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우위다. 겁먹은 소고를 보며 승리를 뽐내는 것처럼 타마키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야마토의 어깨가 키득키득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짜 타마는 어린애구나."


타마키는 욱했다. 테이블 저편에서 휙 몸을 앞으로 내밀고, 미츠키까지 타마키를 나무라온다.


"소고는 그런 소리 한 게 아니잖아. 잘 좀 하자. 앞으로 데뷔할 우리를 위해서라도 말야."


미츠키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소망이 담겨 있었다. 동급생인 이오리도 마땅찮다는 듯 타마키를 노려본다.


"맞습니다, 요츠바 씨. <IDOLiSH7>이 데뷔하기 전에 타카나시 프로덕션 소속 연예인은 시간에 헐렁하다고 나쁜 소문이 돌면 곤란해요."


합세하여 동료들이 불평을 토로하자, 타마키는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기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싫었다. 그게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뭔가 말대꾸를 하고 싶어서, 생각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알 게 뭐야. 다들 데뷔 못 한 게 잘못이잖아."


주변이 조용하게 침묵에 휩싸였다.

아픔을 동반한 정적을 눈치채고 타마키는 헉 숨을 삼킨다.


(일 쳤다.)


너무 심한 소리를 했다.

반성의 빛이 어린 얼굴을 들었을 때는, 이미 끔찍한 재해가 휩쓸고 간 것처럼 모두 상처 입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쿠도 미츠키도 할 말을 잃고 있다.

이오리에 이르러서는 표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일곱 명이 함께 데뷔하고 싶다.

그때 들었던 동료들의 소망은, 아플 정도로 알고 있건만.


"아……. 그치만, 그치만 말야……."


허둥거리는 타마키의 입을, 갑자기 긴 손가락이 가로막았다.

나기였다. 보석 같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그는 주문 같은 말을 읊었다.


"Out of the mouth comes evil.(입이 화근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하는 탓에, 푸른 눈을 지닌 나기가 화내는 건지 웃는 건지 타마키로서는 알 수 없었다. 마치 모르는 사람 같다.


"……뭔데?"


불안해져서 나기에게 물었을 때,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소고가 움직였다. 웃옷을 걸치고 비가 내리는 바깥으로 나가려 한다.

리쿠가 놀란 얼굴로 소고의 팔을 붙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 혼자 사과하러 다녀올게. 타마키 군도 와줬으면 했지만, 자기 지각을 다른 멤버 탓으로 돌리는 태도로는 진심으로 사과할 수 없을 거 아냐."


엄한 목소리에 쭈뼛쭈뼛 소고를 보자, 그는 본 적도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차디찬 모멸감을 머금은 눈빛으로 꿰뚫을 듯 타마키를 응시하고 있다.

이글거리며 불타는, 파르스름한 전기를 담은 눈빛이다.

타마키는 움직일 수 없었다.

쾅 문이 닫힌다.

고요해진 실내에 빗소리와 천둥소리만 울렸다. 위가 꾹 조여들고, 심장 고동이 벌렁벌렁 빨라진다.

입술을 일자로 다물고 타마키가 미약하게 고개를 떨궜을 때, 동료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바보!"

"하여간!"

"빨리"

"고, 고, 고!"


미츠키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리쿠에게 팔을 이끌린다. 야마토가 쿡쿡 찌르고, 나기가 등을 떠민다. 다른 이들보다 한발 늦게, 이오리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마디.


"우산 잊지 마시고요."


타마키는 순순히 끄덕이며 급히 일어섰다. 우산을 쥐고 급히 기숙사를 뛰쳐나가――

――는 줄 알았는데, 금세 돌아왔다. 기세 좋게 쾅 문이 열리고,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멤버들을 향해, 볼품없이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숙인다.


"잘못했어요……"


동료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빨리 다녀오라고 떠미는 것처럼, 됐어됐어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하늘 저편,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서 얼음 분자들이 서로 부딪치고 있다.

비벼지고 충돌하고 튀며 파지직 파지직 전기를 머금고 부풀어 올라간다. 축적된 전하(電荷)는 일정량이 넘치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간다. 구름 위에서. 혹은 지상에서.

번개 비가 쏟아지는 도심지는 쓸데없이 드라마틱하고, 그 사이를 달려 지나가는 소년의 모습은 더욱이 센세이셔널했다.

큰 키에 잘생긴 용모는 그렇지 않아도 눈에 띈다. 게다가 그는, 장안의 화제인 신인 아이돌 중 한 명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에 젖은 무지갯빛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를 타마키는 전력으로 질주했다.


"저거, 요츠바 타마키 아냐?"

"그 왜, 사이 좋기로 유명한 그룹인 <MEZZO">의……"


새카만 하늘에서 빛나는 번개는 짜릿할 정도로 푸르고 눈부셨다. 지상의 어떤 빛보다도 강하고 격렬하게 암흑 사이로 균열을 만들어간다.

교차점에서 우산을 쓴 소고의 뒷모습을 찾았다. 번개 빛과 똑같은 색으로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건널목 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왜소한 어깨에, 타마키는 손을 뻗었다.

파지직 크게 튀기는 정전기의 충격을 각오하면서.


"소쨩!"


꽉 하고 어깨를 잡히자, 소고가 돌아보았다.

기세가 넘친 나머지 두 사람의 우산이 부딪치고, 손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눈을 크게 뜬 소고의 얼굴이, 헐떡이는 타마키의 옆얼굴이, 선명한 푸른색으로 물든다.

충격은 정전기 수준으로 끝나지 않았다. 푸르스름한 섬광이 거리에 번뜩이고 엄청난 낙뢰 소리가 교차점에 울려 퍼진다. 우산은 강풍에 날아가, 눈 깜짝할 새에 모습을 감췄다.

낙뢰 때문에 몸을 움츠리고 귀를 막으면서도 사람들은 건널목에 있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깨를 붙잡히고 멈춰선, 아름다운 청년의 민얼굴이 비에 씻겨나간다.


"……저거, <MEZZO">의 오오사카 소고 아니야?"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세계에서, 위험할 정도로 번개가 격렬함을 더해갔다. 번쩍이자마자 동시에 천둥이 울려 퍼진다. 타마키조차도 번개와 천둥의 관계는 알고 있었다. 번쩍이자마자 바로 소리가 나는 건 번개구름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은 바로 본인들 머리 위에 번개구름이 있다.

번쩍, 우르릉, 뱃속까지 떨리게 하는 번개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고 빠른 걸음으로 건물 밑으로 이동했다. 비 역시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한 세찬 빗줄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핸드폰을 한 손에 쥔 채 그곳을 떠나지 않는 것은,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인 아이돌들이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싸우는 건가……?"

"설마. 사이 좋다며, <MEZZO">는……"


대중들이 불안하게 지켜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푸른 어둠과 섬광 아래 타마키는 소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고는 가만히 시선을 돌려주고 있다. 비에 휩쓸려간 것처럼, 아까 보였던 모멸에 찬 기색은 사라져 있었다. 그저 조용히 타마키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저기……"


비에 젖은 입술을 벌리고, 타마키는 꾹 손바닥을 쥐었다.

드라마 최종화 같은 긴장감에 주변 사람들도 숨을 삼킨다. 신호가 빨강으로 바뀌었지만, 운전사까지 마른침을 삼키며 건널목에 있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눈만 안 돌리면, 이 드라마에 쓸데없는 CM이 끼어드는 일은 없다.

천천히 심호흡한 후, 타마키는 기세 좋게 고개를 숙였다.

흠뻑 젖은 그의 머리칼에서 반짝반짝 물방울이 흩어져 튕긴다.


"미안!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같이 사과하러 갈게요."


소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두근두근 긴장하는 타마키의 머리 위로 푸른 드래곤이 비구름 속에서 계속 춤을 추고 있다.

푹 한숨을 내쉬고 소고는 온화하게 물었다.


"멤버들한테는 사과했어?"

"사과했어. ……사과했어요."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안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말 해."


거짓 없는 결연한 울림에 소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화해하자."


타마키는 소고가 내민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젖어있는 손끝을 내밀고 어색하게 소고의 손을 쥔다.

파지직 튀기는 아픔은 없었다. 조를 짜서 체조하며 모르는 상대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위화감도.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소고가 타마키의 뺨을 만져왔다.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흠칫 떨지는 않았다.


"다행이야. 우는 줄 알았어. 나도 말이 심했으니까……. 빗방울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거구나."


웃으며 타마키의 뺨을 쓱쓱 닦아주었다. 주위에서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지만, 번개 빛에 섞여 두 사람은 알아채지 못했다.

다정한 손바닥이 닿자 찡하고 가슴이 따스해져서, 다시 한 번 타마키는 마음속 깊이 사과했다.


"미안했어."


소고는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그렇구나, 하고 타마키는 깨달았다. 자기가 착하게 굴면 소고도 다정하게 대해준다.


"이제 됐어. 흠뻑 젖어버렸으니, 일단 사무소로 돌아가자."

"응……. 아, 우산 있다."

"다행이네. 내 우산은 어디 갔을까.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

"같이 쓰지그래. 날려버린 거 내 탓이기도 하고."

"그럴래?"

"어어."


기세 좋게 타마키는 끄덕였다.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플래시 빛덩어리가 쫓아간다.

사무소로 돌아가는 수백 미터 동안 사죄하러 가는 마음가짐에 관한 일로 금세 그들은 말싸움하고 찌릿찌릿한 공기에 휩싸이게 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알 턱은 없었다.

그들이 본 것은 알고 있던 대로 사이가 훈훈한 그들의 모습이다.

몇 시간 후, 번개 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라거나, 서로 얼굴을 만지는 두 사람이라거나, 한 우산을 쓰고 가는 두 사람의 사진이 인터넷에 흘러넘쳤다. 하트 마크가 잔뜩 붙은, 이런 코멘트와 함께.

――역시, <MEZZO">는 엄청엄청엄청 사이 좋다!



<END>